카테고리 명은 분명히 세계의 '도서관'인데 이번 글은 왜 세계의 '서점'을 주제로 하고 있는지 의문인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몇 자 적어 본다. 도서관 만큼이나 많은 책을 자랑하는 곳은 또 어디 있을까. 내 생각에는 아마 서점이 아닐까 한다. 다만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려 볼 수 있지만 서점에서는 책을 사는 곳일 뿐, 사람들에게 책이 보여진다는 것은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세계의 서점에 대한 포스팅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곳이 과연 정말 서점일까 하는.

서점. 혹시 포로수용소 같은 단어로 들렸을까 다시 한번 좀 더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서점, 당신이 어떤 것을 꿈꾸던 당신의 모든 환상의 집이 되어줄 그곳 말이다. 서점이 도서관 만큼이나 지루한 공간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서점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생각은 변할 것이다. 그곳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숨겨진 보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의 아름다운 서점을 소개하고 직접 갈 수 없는 대다수의 이들을 위해 책도 함께 추천한다. 

커피와 탱고가 함께 하는 곳
아르헨티나의 엘 아떼네오 서점 (El Ateneo Grand Splendid)




서점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페라하우스의 무대에서 커피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다면? 1919년 유명한 탱고를 관람하기 위해 건설된 1050석의 3층짜리 이 극장은 이름 그대로 웅장하며 화려하다. 2000년도에 서점으로 개조된 후, 현재 세계 서점 랭킹 2위의 문화공간으로서 세계 곳곳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음악CD, 영화DVD를 고르며 천장의 벽화, 화려한 조명, 섬세한 조각과 건물의 건축미를 감상하다 탱고를 위해 만들어졌던 무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엘 아떼네오 서점에서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호그와트로 통하는 비밀 계단의 모티프가 된 곳
포르투갈의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e Irmao)




서점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복잡한 계단이 어쩐지 낯이 익을 것이다. 계단에 올라서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스스로 움직여 마법사들의 기숙사로 연결된 길로 안내할 것만 같다. 실제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감이 된 렐루 서점은 1881년 호세 렐루가 창립한 이후 그 독특하고도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영국의 <가디언> 지가 선정한 ‘세계의 10대 서점’에 뽑힌 바 있다. 실제 완성 당시 포르투갈의 귀족들의 모임 장소였다는 이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서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빨간 카펫이 깔린 곡선의 계단만이 아니다. 서점의 모토가 모노그램 형식으로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천장과 가까운 2층에서는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곳
영국의 다운트 북스 (Daunt Books)




앞서 본 두 서점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다운트 북스는 영국 신문 <데일리 텔리그라프>가 선정한 ‘여행을 위해 디자인된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자 <론리 플래닛> 2011년판에서는 ‘세계 10대 서점’에 선정된 서점이다. 방문자를 압도하는 위풍당당함 대신, 우아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에드워드 왕조 시대풍의 앤틱한 책상들이 서가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서점의 엄청난 수의 여행 관련 서적들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언젠가 떠날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책 속에서 만나는 세계의 서점

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를 만나다

 

아름다운 엘 아떼네오 서점도 렐루 서점을 지금 당장 방문하기에는 너무 말다. 그런 이들은 시원한 카페에 앉아 앞서 언급한 서점들을 한꺼번에 여행하는 방법도 있다. 라이너 모리츠의 <유럽의 명문서점> 한 권이면 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저명한 사진작가 두 명과 함께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보석과도 같은 서점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서점 스무 곳”을 선정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렐루 서점과 다운트 서점도 만날 수 있다. 베를린 사비니 광장의 고가 철로 밑의 아치서점을 담은 페이지를 펼치면 철컹철컹 서점을 울리는 기차소리가 들릴 지 모른다. 책갈피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진과 글들을 즐기다보면 “단순히 노스탤지어에 호소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는 저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살고 책에 죽는 북러버의 뉴욕 서점 순례기

유럽이 고루하다고 느껴진다면, 뉴욕으로 가도 좋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당신을 유혹할만한 서점을 찾아낼 수 있다. 가장 미국적이고 가장 현대적인 도시, 문화가 아마존의 거대한 열대 우림처럼 우거진 뉴욕의 한복판에서 작가가 씩씩하게 숲을 헤쳐 찾아낸 뉴욕을 대표하는 51개의 서점들로 손을 이끈다면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고 따라가 볼 일이다.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는 83+4일 동안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51개의 서점을 순례한 이야기에 세 명의 주인공이 한 권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해 서점을 찾아 다니는 픽션이 결합된 독특한 여행 에세이다. 서점이란 공간을 두고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작가의 상상력을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 작가와 픽션 속 주인공들이 서점직원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각각의 서점들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호흡하며 걷다 보면 당신은 아마도 서점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위대한 문학 영혼들과 나누는 대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건물의 서점들을 관광하듯 순례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몸을 숨기듯 파묻혀 쉴 수 있는 공간이야.”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당신. 당신에게 딱 맞는 서점도 준비되어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몰리의 <유령서점>이다. 이 서점은 위조품이나 졸작을 팔지도 않고, 쓸데없이 말을 거는 점원은 없다. 다만, 자신의 가게에 위대한 문학의 수많은 유령이 있다고 주장하는 서점주인 미프린 씨가 있을 뿐이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병에 만병통치약은 책이다. 책의 처방은 역시 서점주인인 미프린 씨가 써준다. 심지어 이 서점에서는 로맨스와 음모, 스릴과 추리까지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지친 당신에게 쉴 공간을 내어주곤, 어느새 당신에게 북적대는 사건들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다리의 힘도 되어준다. 당신이 지치고 아팠던 건 ‘독서하는 힘이 영양부족에 빠졌던’ 때문이니까. 

 




서점에서 배우는 인생의 모든 것

행복한 사람들은 그 행복을 주변에 전염시킨다. 여기, 서점만 있다면 행복한 남자가 있다. 그가 있는 이 서점에선 따뜻한 밥 냄새 같은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고, 평온한 책의 온도가 당신의 몸을 조용히 부드럽게 감싼다.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서점 직원으로 10년, 출판사 외판원으로 7년을 살며 서점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책 판매 일에서 손을 뗀 지금도 서점에서 발길을 끊지 못하는 저자의 서점에 대한 열정과 책에 대한 사랑은 심지어 감동마저 준다. <노란 불빛의 서점>은 서점에 대한 그의 애정이 잘 담긴 책이다. 물론 책과 서점에 대한 그 몰입이 보드랍지만은 않을 것이다. 읽어 나가는 동안 어느새 뱃속이 화하게 뜨거워지고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이 ‘노란 불빛의 서점’이 숨어있던 당신의 열정에도 불을 지핀 것이다. <노란 불빛의 서점>에서 풍기는 은은한 책 냄새와 함께 평온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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