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영화 시나리오의 90%가 스릴러다."

최근 한 영화관련 잡지와 인터뷰를 한 배우 김명민의 말이다. 한국영화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화계는 스릴러 열풍이 불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도 스릴러 작품이 단연 돋보이고 있으며, 이미 여러 영화에서 범죄를 다룬 바가 있어 대중들도 이런 스릴러물에 익숙하고 영화 개봉을 앞둔 시점에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계에서 이렇게 납치, 유괴, 인질을 다룬 어둡고 우울한 시나리오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영화가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창만 열면 넘쳐나는 성폭력 사건, 뉴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괴 사건 등의 강력 범죄들. 그만큼 사회 현실이 그토록 각박하고 무서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다루고 있는 영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거의 영화들이 가족이 납치된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주며 연민과 공감을 유도했다면, 최근의 영화들은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강한 의지를 통해 잔혹범에 대한 공격성이 극에 달한 사회의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래 소개한 영화들 외에도 유괴, 납치, 인질, 묻지마 살인을 다룬 영화들은 더 많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세븐데이즈
 

 


<세븐 데이즈>는 일류 변호사인 주인공의 딸이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 7일 내에 살인범 정철진을 빼내라!" 제한된 7일이라는 시간 속에 납치된 딸과 살인범을 맞바꿔야만 하는 변호사의 한계상황을 다룬 협상극으로, 월드스타 김윤진이 주인공으로 나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영화 전개가 빠르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빼어난 연출력과 개연성으로 흠 잡을 것이 없다는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딸을 가진 엄마의 모성애, 예상하지 못했던 복수로 이어지는 반전까지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면을 보여준다.








트랩트 

<트랩트>가 다른 유괴 영화들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납치범이 숨어 있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납치한 다음 아이는 다른 장소에 공범이 잡아두고, 아이의 엄마는 납치범이 24시간 동안 감시한다. 24시간이 조용히 지나가고 돈만 넘겨준다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건 새로운 방식의 납치극이라 신선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화 내용의 전개상 24시간이 조용히 지나갈 리가 없다. 납치범을 자극해서 탈출을 시도하려는 아이, 그런 아이를 구하려는 엄마와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에 바쁜 납치범들로 인해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 다코타 패닝의 아역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놈 목소리

<그놈 목소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과 관심을 보였던 작품이다. 박진표 감독은 PD 시절 자신이 직접 취재했던 ‘이형호 살해사건’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만든 영화라고 했다. 뉴스 앵커인 아버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 애간장 태우는 범인과 무능력한 경찰이 등장한다. 설경구김남주의 처절한 연기, ‘얼굴 없는’ 납치범을 맡은 강동원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 연기가 극중 재미를 더한다. 영화 마지막에는 나오는 10년 전 실제 범인의 목소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체인질링

"어머니는 강하다 ", 이 한 마디로 영화를 표현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찰이 찾아낸 아이는 아들 또래의 전혀 다른 아이로 엉뚱하게 뒤바뀌어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다. 부패에 찌들고 신뢰를 잃은 경찰의 권력 앞에 아무도 대항할 수 없고 여자는 힘이 없는 ‘무존재’로 인식되던 1920년대 말. 미국 L.A에서 실제로 있었던 충격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 <체인질링>.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되찾기 위해 경찰에 저항하며 홀로 세상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오직 아이를 위해서라면 정신병원도 두려워하지 않아 하는 강한 모성애가 돋보인다. 납치와 함께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의 배후에 있었던 실화는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테이큰

<테이큰>은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은 영화다.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매춘 조직의 습격을 받고 납치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전직 CIA 요원인 아버지가 관찰력과 분석력을 발휘하여 납치범들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이다. 아버지 역을 맡은 주인공의 천하무적 액션과 더불어 "딸만 구할 수 있다면 에펠탑도 부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무식한 터프함’은 납치범들에게 호탕하고 속 시원한 복수를 펼치는 통쾌한 재미를 주고 있다.

 








랜섬

보통 다른 유괴 영화들이라면 납치범들이 유괴한 사람의 몸값을 요구하고 경찰과 피해자는 몸값을 준비하기 위해 애쓰는데 <랜섬>은 이들과는 다르다. 내용은 이렇다. 백만장자인 주인공의 아들이 납치되었다. 납치된 아들의 아버지는 200만 달러를 납치범을 잡는 현상금으로 쓰겠다고 한다. 어쩌면 납치범보다 더 독한 아버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납치범 두목이 직접 돈을 찾으러 주인공의 집으로 찾아왔다가 격투와 추격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80년대 한국계 스타였던 키메라의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고 알려져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키메라의 딸인 멜로디가 납치 당했을 당시 영화에서처럼 납치범들이 요구한 돈의 2배를 현상금으로 거는 조금은 ‘엽기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다.





파괴된 사나이


"너희의 원수를 사랑할지어다! " 신앙심을 지닌 목사는 딸이 유괴되어도 과연 너그러운 마음으로 유괴범을 용서할 수 있을까? 최근 개봉작인 <파괴된 사나이>는 기존의 유괴영화의 틀을 깨버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목사인 아버지는 자신이 그토록 믿는 신이 자신의 딸을 구하지 못하고 되레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만 남겨 신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그 후 타락의 길로 빠진 주인공은 죽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을 되찾기 위해 우직하게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부성애를 절절하게 담아냈다. 영화 <추격자>를 떠올리는 쫓고 쫓기는 장면, 인간의 끝은 어디인지 독실한 기독교의 신자는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 김명민엄기준이 보여주는 명품연기가 영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때 이런 종류의 작품 등장은 갈수록 험악해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을 접할수록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다시 한번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영화라는 매체는 관객의 관심을 받기 위한 단순한 오락의 기능보다,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공익의 기능을 내세웠으면 한다. 그것을 통해 이사회에서 이러한 범죄가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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