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 단어를 보고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명품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을 뜻하는 단어지만 대중들에게 ‘명품’은 ‘호화 상품’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는 일이 일쑤다. 며칠 전 한 드라마에서 가난한 여주인공이 명품가방을 메고 출연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극 중 역할에 맞지 않은 명품 스타일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드라마의 스토리나 배우의 연기가 아닌 ‘주인공이 든 가방은 어느 브랜드일까’에 더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세상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지출 5%가 ‘명품 소비’라는 결과가 나왔다. 명품에 대한 소비가 유난하다는 일본도 4%정도라고 하니, 각 나라의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마케팅을 따로 펼치는 것도 의외의 일은 아닌 듯 하다. 이런 시대를 반영하든 ‘명품족’이라는 의미의 L세대(luxury generati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L세대는 고가의 수입의류나 잡화, 액세서리 등을 소비하면서 정체성을 찾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명품에 관한 신조어와 각종 논란, 퇴색되고 있는 명품의 의미 등 그에 관련된 화제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끊이지 않고 있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을 ‘된장녀’ 혹은 ‘된장남’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명품 자체를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하다. 명품을 사치로 대할 것인지 가치소비로 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각자의 인식에 따라 다르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명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올바른 소비 문화다. 명품이 명품으로서 자리잡기까지의 그 안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명품에 대한 여러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명품의 숨겨진 히스토리를 읽다 보면 진정한 명품의 가치 또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명품을 사기 전에 이해하라


 


명품은 어떻게 명품이 되었을까. 우리가 아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을 단순히 비싼 제품이라고 말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명품에 대한 이해다. 명품 브랜드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를 얻었다. 시대를 뒤흔드는 제품을 양산해내고, 소비자들을 열광케 하며, 새로운 소비 행태를 창출해내고 있는 힘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치품이 명품으로 둔갑했다”라는 비난 전에 명품으로서 인정받기까지의 그들의 이야기도 이해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럭셔리 브랜드 기업스토리>는 샤넬, 랄프로렌, 지미추의 도전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절대 럭셔리’에 대한 시대의 판타지와 욕망을 대변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샤넬 넘버 5가 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 럭셔리 산업계에 전달하는 메세지와 넥타이 세일즈맨으로 시작하여 패션제국의 수장이 된 랄프 로렌, 그 드라마틱하고 패셔너블한 성공 스토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셀러브리티 마케팅으로 확고한 시장을 구축한 지미추의 성공스토리를 들으며 독자들은 재미와 감동은 물론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프라다 이야기>는 베일에 싸여 있던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삶을 최초로 공개한 책으로, 파산 직전의 매장을 ’프라다’ 라는 글로벌 패션 제국으로 키워낸 그녀의 끝없는 노력과 창조 에너지를 소개한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옷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매번 독특한 스타일을 내놓은 창조적 디자인 과정, 작은 상점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도전정신이 담겨 있다. 전 세계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며 세계 패션계의 거장으로 등극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놀라운 창조력과 열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품, 사치인가 가치인가 


 


‘가치소비 VS 사치’. 명품을 논할 때면 찬반양상이 끊이지 않는 주제다. “비싸더라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명품의 진정한 가치로 보고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명품 자체를 과시욕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명품 소비를 통해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권력을 표현함으로써 일반 대중과 자신을 구별하고자 하는 심리로 명품을 사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명품을 소유하면 상위계층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는 ‘파노플리 효과’와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도 소비를 촉진시킨 배경이다. 과시욕인지, 가치 소비인지에 대한 명품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서 명품을 사치하는 이들의 심리적 배경으로 과시, 질시, 환상, 동조를 말하고 있다. 우리 마음의 버릇인 계층 민감, 평등지향, 나르시시즘, 집단의식을 순서대로 서로 결합시켜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의 네 가지 사치의 유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김난도 교수는 “사치하려는 소비자 욕망의 근원을 유형화하여 분석하고, 사치욕망을 조건화하는 사회적 여건을 드러냄으로써 소비의 본질에 한걸음 다가서야 한다”며 사치의 문제점과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논의를 제시한다. 

<사치와 문명>의 저자 장 카스타레드는 ‘물질적 사치’와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를 구분하며, 문화와 역사가 없는 사치는 결국 폐허로만 남을 뿐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행위, 문화 예술적 욕망 등을 모두 ‘사치’다”라고 규정하고 현대 사회에서 사치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떻게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더불어 물질적으로 치우친 현대 문명의 사치 현상을 우려하며 러시아, 일본, 브릭스 등 신흥 경제대국들의 명품선호 현상과 이에 기반한 경제문화적 현상을 깊이 있게 파헤친 점도 흥미롭다 


명품, 예술로 바라볼 수도 있다


 


명품을 그저 ‘브랜드’나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좀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듯 하다. 명품은 단순히 고급 재료와 비싼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브랜드 안에 철학과 예술을 가미시켰다.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뛰어넘는 예술이 존재해야 진짜 명품인 것이다. 실제로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패턴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스티븐 스트라우스의 낙서 패턴과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심벌에서 만들어졌고,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트실드는 매년 와인의 맛을 기초로 예술가를 선정해 라벨 디자인을 만든다.

이 같은 이야기들은 <명품의 조건>을 통해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다. 책에는 20개의 명품 브랜드를 골라 명품의 탄생 배경부터 로고에 숨겨진 이야기들, 명품브랜드가 사랑한 예술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풀었다. 아트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조혜덕 저자는 명품 브랜드가 예술과 협업해 새롭게 소통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가 개인의 소중한 경험과 만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제품은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상징으로 거듭난다”고 말한다.

<디자인이 브랜드와 만나다>에서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이야기를 짜내려 가면서 강력한 힘을 얻은 비결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저자 유정미 교수는 “소비 사회의 대중들은 구매 행위를 통해서 문화를 형성한다”며 특정 브랜드가 선호되거나 외면당하는 현상이 단지 개인의 소비 패턴에 국한되지 않으며 당대의 문화적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더 나아가 상품이 아닌 상품의 이미지를 팔고 사는 소비 시대에 브랜드와 디자인의 역할을 문화와 예술로 바라봐 문화적, 사회적 현상까지 파악해 낸다. 


명품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혹은 사람들로 가득한 강남대로나 명동의 거리를 걸을 때, 수많은 여성들의 어깨에 걸린 샤넬,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가방이 자연스러운 시절을 살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색한 일이다. 기사 딸린 차도 아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 달 월급 정도는 우습게 훌쩍 뛰어 넘는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산다는 것이고, 명동이나 강남에 한국 사회 소득 상위 1퍼센트의 사람들만 나와 있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명품’이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김윤성 박사는 <명품 판타지>를 통해 우리 사회를 ’판타지 자본주의 시대’로 규정하고, 판타지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는 럭셔리 패션 산업을 사회과학자의 시선에서 일상의 언어로 분석해낸다. 왜 보통 사람들이 럭셔리를 욕망하는지, 패션 특히 럭셔리 산업은 어떤 전략으로 판타지를 판매하고 진화해 왔는지, 패션의 미래와 대안은 무엇인지, 사회과학과 패션 세계를 종횡하며 다양한 사례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욕망하는 ’명품’의 세계를 꼼꼼히 뜯어봄으로써 명품에 대한 가장 진보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럭셔리는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스스로 밝히기도 전에 ‘최고급 명품 브랜드’ ‘사치와 향락의 상징’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간 <LUXURY>의 편집장이자 <럭셔리 IS>의 저자인 김은령 편집장은 럭셔리에 대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평생 추억으로 남을, 힘들거나 심심할 때 가만 떠올려 보면 기분 좋은 특별한 추억. 그것이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고 귀한 럭셔리이자 명품”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영원한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는 보석, 하이힐, 여행, 음식 등의 가치와 유래를 알아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쇼핑보다 즐거운 재미와 풍요로운 지적 포만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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