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남, 베이글녀, 꿀피부… 요즘 인터넷을 켜면 포털 사이트에서부터 블로그, 트위터,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온갖 신조어가 난무한다. 이는 비단 인터넷뿐만 아니라 라디오, TV, 심지어 길거리에서 나누어주는 홍보지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날마다 늘어만 가는 신조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며 현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관심사의 집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문학에도 존재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칙릿(Chick-lit)소설’이 있다.

칙릿소설 이란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미국의 속어 ‘Chick’과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의 합성어로 대도시에 살며 주로 방송, 출판, 광고,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20~30대의 미혼의 여성들이 일과 사랑, 그리고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계통의 소설들은 마치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 놓는 양 가벼운 톤으로 전개되며 주인공의 세속적인 욕망과 성(性)에 대한 욕망 등 평소에는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개인의 내면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칙릿소설은 1990년대 영국을 필두로 시작하여, 미국을 거쳐 2000년대 국내에 소개되었다. 1999년 출간된 헬렌 필딩의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통 칙릿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2003년 발표된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브릿짓 존스의 일기>의 바톤을 터치해 칙릿소설붐의 서막을 열었다. 그 후 칙릿소설은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대형 서점에 가면 칙릿소설들만 모여 있는 판매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칙릿소설은 물론 국내 칙릿소설의 대표주자들을 소개해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로렌 와이스버거

 

현존하는 칙릿소설중 가장 유명하며 2006년 우리나라에 번역되며 칙릿소설 열풍의 서막을 연 책이다. 작가 로렌 와이스버거가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수많은 여성들이 궁금해 하는 베일에 쌓인 패션계를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게 그려냈다.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의 하드커버 베스트셀러에 6개월 동안 랭크되는 기염을 토해냈으며, 우리나라에 번역되던 당시에도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칙릿소설의 대표 주자답게 이제 막 사회로 뛰어든 주인공 앤드리아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으며 읽고 난 뒤 온갖 패션용어에 능통해짐은 덤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앞서 설명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사회초년생의 직장에서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직장생활을 한지 7년 차로 접어든 주인공 오은수가 그려내는 일과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 은수를 중심으로 친구들 유희재인을 통해 현대 여성들의 각자 다른 직업관과 연애관 그리고 결혼관을 보여주며 은수와 엮이는 남자들인 태오, 영수, 유준은 이 도시 어딘가에 존재할법한 각기 다른 남성상을 보여준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매력은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 이외에도 정말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있다. 로맨스도 마냥 해피엔딩의 핑크빛 로맨스가 아니며 은수, 유희, 재인이 나누는 대화는 그녀들의 내면 속 욕망을 발가벗겨 무방비 상태로 드러낸다.




스타일 | 백영옥

1억원 고료 제 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라는 빛나는 타이틀을 지닌 소설이다. 주인공 이서정은 8년 차 패션잡지 피처 에디터 이다. 매일같이 사표를 쓸까 말까 고민하는 이서정은 어느 날 미스터리로 둘러 쌓인 ‘닥터 레스토랑’에 대한 기사를 할당 받는데 이를 중심으로 그녀의 일과 사랑을 풀어나간다. 소설 스타일은 세계 문학상 심사위원단의 평가처럼 굉장히 잘 읽히는 문체로 현대 사회의 여성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갈등들을 풀어냈다. 또한, 주된 내용은 칙릿소설의 대표적인 속성, 일과 사랑 이야기 이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 이서정은 자신을 내리누르는 상처들과 대면하고 극복해 나가며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그려낸 일종의 성장 소설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GIRL 걸 | 오쿠다 히데오

 

오쿠다 히데오의 <GIRL 걸>은 전형적인 칙릿소설의 유형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내용의 뼈대가 칙릿소설과 유사하기에 넣었다. 이 소설은 5명의 주인공이 각 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소설들보다 주인공들이 좀더 세밀하고 다양한 유형의 고민들과 마주해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띠동갑의 신입사원에게 반한 고사카 요코,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부하직원과 갈등을 벌이는 세이코,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 이지만 지나가는 세월이 두려운 유키코, 앞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수많은 고민에 휩싸이는 유카리, 서른 둘의 나이에 싱글맘이 된 다카코. 모두 각기 다른 고민과 현실에 마주해 있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특유의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유머러스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칙릿소설은 자신들의 커리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길 바라는 소설 속 주인공들과 독자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 또한 아직 사회로 나간 것은 아니지만 사회로 나가는 문턱을 코앞에 마주한 이 시점, 칙릿소설 들을 읽고 있노라면 앞서 사회로 진출한 언니들과 커피숍에 마주앉아 직장생활의 고충과 현실, 그리고 그들의 청춘 사업의 현황과 노하우를 전수 받는 기분이 든다.

혹자는 이러한 칙릿소설들을 그저 통속적이고 심오함이 없는 영양가 없는 가벼운 소설로 치부할지 몰라도 이미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어내고, 남성 독자들에게는 그들이 혼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여성들의 속마음을 훤히 보여주고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세계를 넌지시 비추어 보여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마 이러한 칙릿소설의 열풍은 현대의 여성들이 계속해서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으로 발전함에 따라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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