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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수법과 다양한 수의 이름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기수법은 10진법이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12진법, 16진법, 60진법 등 다양한 진법을 사용해 왔다. 기원전 바빌로니아 인은 하늘을 360등분해서 12성좌를 만들고 1년을 12개월로 나누었다.

영국에서는 최근까지 통화의 단위로 12펜스를 1실링으로 하는 12진법을 사용했다. 중국은 이미 5000년 전부터 12라는 수를 사용해 왔다. 해와 달이 한 달에 한 번 만나고, 일 년에 열두 번 만나는 것으로 음력 달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중국에서 시작된 12지(支)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 12지와 갑을병정 등의 10간을 간지(干支)라고 하고, 이 둘을 갑자(甲子)로 맞추면 계해(癸亥)까지 60을 돌게 되며, 태어난 해와 같은 간지의 해가 돌아오기까지는 60년이 걸린다.

우리의 주변 곳곳에도 12라는 숫자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각각 12 시간으로 정하고 있고, 주로 연필 등 필기구 12 개를 한 묶음으로 세는 단위로 ‘다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 다스라는 단위는 ‘12 개’의 뜻인 영어 ‘dozen’을 일본에서 ‘다스(ダ-ス)’로 변조해 사용한 것으로, 한자식 표기인 ‘타(打)’는 ‘dozen’에서 음만 취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는 수를 셀 때 일(一), 십(十), 백(百), 천(千), 만(萬) 등의 문자를 사용한다.  만 이상의 숫자는 만 배마다 이름이 붙여지는데, 이 수들을 작은 수부터 나열하면 억(億), 조(兆), 경(京), 해(垓), 자(?), 양(穰), 구(溝), 간(澗), 정(正), 재(載), 극(極) 등이 있다.

‘억(億)’은 10의 8승이고, ‘조(兆)’는 10의 12승이다. 10의 16승은 ‘경(京)’, 10의 20승은 ‘해(垓)’라고 부른다. 10의 48승은 ‘극(極)’, 10의 52승은 ‘항하사(恒河沙)’, 10의 56승은 ‘아승기(阿僧祇)’이다.
또 10의 60승은 ‘나유타(那由他)’, 10의 64승은 ‘불가사의(不可思議)’다. 불가사의에 0을 4 개 더 붙이면 10의 68승 ‘무량대수(無量大數)’가 된다.

흔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가리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이를 직역하면 ‘10의 64승 만큼의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일이 생겼다.’라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 ‘불가사의’란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상야릇한 일 즉, ‘일어날 확률이 매우 희박한 보기 드문 일’을 말한다. 또한 불가사의는 ‘깨달음의 경지’를 뜻하기도 한다. 요컨대 ‘마음속에 헤아려 추측할 수 없는’, ‘인간의 평범한 사고를 뛰어넘는’ 초인간적인 단계를 가리킨다.


옛날 사람들이 과연 무량대수와 같은 큰 단위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간다면 바둑을 둘 때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된다. 가로 19줄, 세로 19줄로 이루어진 바둑판에 처음 바둑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61이고, 그 다음에 놓을 수 있는 위치의 경우의 수는 360, 그 다음은 359... 이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곱해나가면 1.44×10768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이야기1.gif     물건을 세는 다양한 우리나라 단위

우리말에는 수량을 나타내는 단위가 풍부하다.
생선만 해도 손, 두름, 쾌 같은 여러 가지 단위를 사용하는데, 손은 한 손에 잡히는 양, 곧 두 마리를 말하고, 두름은 조기, 청어 등을 10 마리씩 2 줄로 엮은 것을 말한다.

축은 20 마리를 뜻하는데, 건오징어를 살 때 많이 듣게 되는 단위이다. 북어는 쾌(快)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한 쾌는 20 마리를 의미한다. 과일이나 야채를 세는 단위도 있는데, 한 접은 과일, 배추, 무, 마늘 등을 셀 때 100 개를 나타내고, 거리는 오이, 가지를 셀 때 50 개를 의미한다. 한 죽은 옷, 신, 그릇 등을 셀 때 10 개를 나타낸다. 또 달걀 한 꾸러미는 10 개를 말하고, 달걀 한 판은 30 개를 의미한다. 김 한 톳은 김 100 장을 세는 단위이다.

또한 젓가락 한 쌍을 세는 단위로 사용되는 매, 한 줌 분량의 긴 물건을 세는 단위를 모숨이라고 한다. 금이나 은 10 돈을 냥이라고 하는데, 1 돈은 3.75 g이다. 바느질을 할 때 토막 친 실을 세는 단위를 님이라고 하고, 바늘 24 개를 쌈이라고 부른다.

단위 가운데에는 뭇과 같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 단위도 있다. 뭇은 관형사로는 ‘수효가 매우 많’이라는 뜻이지만 짚, 장작, 채소 등을 세는 단위로 사용될 때는 작게 한 덩이씩 만든 묶음을 뜻하며 속(束)이라는 단위와 같이 사용된다. 이 뭇은 생선이나 미역, 자반 등을 묶어 셀 때에도 사용되며 이 때 생선 한 뭇은 열 마리를 말한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우리말 단위 명사들을 좀 더 살펴보면 먼저 수를 나타내는 말에는 ‘그릇 네 낱’처럼 한자말 ‘개(個)’ 대신 ‘낱’이라는 단위를 사용했다. 길이가 길고 곧은 물건으로 손잡이로 쓰이는 물건에는 ‘자루’라는 우리말을 사용했는데, ‘연필 다섯 자루’와 같이 센다. 사리국수나 새끼처럼 가늘고 긴 물건을 둥글게 감아 놓는 것일 경우에는 ‘사리’라는 말로 셈을 한다. 또 짝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켤레, 매, 벌’ 등의 단위를 사용하는데, ‘구두 네 켤레, 수저(숟가락과 젓가락) 두 매, 치마 저고리 한 벌’ 등과 같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물건 세는 단위로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면서 각 단위에 해당하는 숫자를 배워보는 것도 우리말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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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길이 단위의 변천사

우리 조상들은 거리를 잴 때의 단위로 보(步)를 사용했다. 보는 거리나 면적을 나타낼 때 쓰는 단위로, 면적의 단위로서의 보와 구별하기 위해 거리의 단위는 보를 궁(弓)이라는 한자로 바꾸어 쓰기도 했다.

거리의 단위로서 보는 5 척(1 척(尺)은 30.3 cm) 또는, 6 척으로 사용했는데,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 6 척으로 사용했고, 주로 먼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했다.
1 리(里)는 300 보 또는 360 보를 나타냈는데, 1 리가 1800 척인 것은 두 경우가 모두 같다. 즉, 1 보가 6 척일 때에는 1 리가 300 보이고 1 보가 5 척일 때는 1 리가 360 보인 것이다. 조선시대 태종 15년에는 주척 6척으로 1 보를 삼고 매 360 보로 1 리를 삼아서 10 리마다 소표(小標), 30 리마다 대표(大標)를 설치했다.

조선 초기에는 도량형의 기준이 바르게 세워져 있지 않아 많은 혼란이 있었다. 이에 세종대왕은 음악을 통해 척도의 표준을 만들고자 박연을 시켜서 국악의 기본음을 낼 수 있는 황종율관(黃鐘律管)을 통해 조선시대 표준자인 황종척(黃鐘尺)을 만들었다. 박연은 도량형의 기준이 되는 자를 만들기 위해 황해도 해주에서 생산되는 검은 기장을 대나무에 채워 황종관(黃鐘管)을 만들었는데, 이 때 사용된 기장 한 알의 길이를 1푼(分)으로 하고, 열 알을 1촌(寸), 100알을 황종척 1척으로 정했다.

황종척(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34 cm)은 악기를 만들고 음률을 조율하는 데 사용했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기준자가 되어 이를 통해 측우기 등의 천측기구, 거리, 토지 등을 재는 주척(약 20 cm), 영조척(약 30 cm) 등을 만들었다. 영조척은 성벽이나 궁궐 등을 건축하거나 되, 말 등의 측정기구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왕실 제기를 측정하고 제작하는 데 사용한 조례기척(약 28 cm), 포목과 피혁을 재단하는 데 쓴 포백척(약 46 cm) 등도 만들었다.

특히 영조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놋쇠자인 유척(鍮尺)은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척은 길이 246 mm, 폭 12 mm, 높이 15 mm로 된 사각기둥으로, 기둥의 각 면에는 주척, 황종척, 영조척, 조례기척, 포백척의 명칭과 눈금, 용도가 음각되어 있다. 이 하나의 놋쇠막대에 다섯 종류의 자를 모두 새겨 표준 자로 삼은 것이다. 이 자들의 눈금과 간격 250개를 측정해보면 지금의 자와 비교해도 눈금의 균일성과 정밀도에 차이가 없다.

이렇게 정밀한 유척은 조선시대 신분을 감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탐관오리의 비리를 적발, 불시에 쳐들어가 암행어사 출두를 외쳤던 암행어사가 가지고 다는 표준기로 알려져 있다. 암행어사는 유척을 이용해 시체를 검시하거나 곤장의 굵기와 길이, 형구의 크기가 규격에 맞는지 단속했다. 즉, 군포 등을 받을 때 기준자와 다른 자(尺)를 사용해서 백성들을 속이는지 살펴보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나라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암행어사에게 유척을 내린 것은 측정표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출처 : http://www.kriss.re.kr/2006/webzine/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웹진)
감수 : 길이시간센터 서호성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