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여기저기서 ‘여름 휴가를 함께할 미스터리 걸작’ 등의 타이틀로 추리소설 리스트를 추천한다. 무척이나 식상하게 느껴지는 기획이지만 해마다 그런 리스트가 반복해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위를 잊을 만큼 몰입도가 높으면서도 부담 없이 읽기에는 역시 추리소설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라봤다. 주변에 추천했을 때 결코 욕 먹지 않는,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추리소설! 여기 소개하는 책과 함께 올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잊으시길 바란다.

 

 

 

구관이 명관! 원조의 재미를 보여주는 고전 소설

 

술이나 장은 오래 묵을수록 맛있다. 추리소설도 그렇다. 몇 십 년 전에 출간되어서 아직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된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독약 한 방울(해문)》 살롯 암스트롱

보잘것없는 중년 남자가 자살을 위해 준비한 독약병을 읽어버리면서 생기는 소동을 그렸다. 치밀한 트릭이 등장하거나 거창한 사건이 생기진 않지만 소심한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유쾌한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꼭 읽어볼 것.

 

《가짜 경감 듀(동서문화사)》 피터 러브제이

대서양을 횡단하는 호화 여객선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가짜 경감의 유쾌한 모험극. 아내를 살해하려다 오히려 경감으로 오해를 받아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추리소설에 유쾌하다는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주인공의 활약상이 큰 재미를 준다.

 

《환상의 여인(창)》 윌리엄 아이리시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힐 만큼 긴장감 있는 소설. 아내의 살해 누명을 쓴 남자가 사형을 코앞에 두고 진범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읽어보면 이 책이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는지 알 수 있다.

 

《상복의 랑데부(동서문화사)》 코넬 울리치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의 복수극을 그렸다. 비슷한 복수극으로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가 있는데 이 책 역시 꼭 읽어보기 바란다. 살인은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의 행동에는 뚜렷한 원인이 있다. 주인공에 동화되어 책을 읽으면 엄청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실감나게 가깝고 섬뜩하게 이질적인 - 일본 소설

 

일본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영미 소설에 비해 우리와 환경이 더 비슷한 데서 오는 친밀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깝고도 먼 일본의 추리 소설.

 

 

 《13계단(황금가지)》 다카노 카즈아키

사형 집행을 3개월 앞둔 수감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교도관과 전과자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렸다. 복역을 끝내고 나온 전과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사형제도에 대한 의문점 등 사회의 범죄 관리 시스템에 의문을 재기한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만점이다.

 

《백야행(태동출판사)》 히가시노 게이고

설명이 필요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소설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왜 사람들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찬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모방범(문학동네)》 미야베 미유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 3권이라는 분량의 압박이 느껴지지만 한 번 책장을 펼치면 멈출 수 없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와 피해자의 가족,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등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서서히 사건을 재구성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저력이 느껴진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북폴리오)》 와카타케 나나미

제목 그래도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를 재치 있게 그렸다. 살인사건도 등장하지만 초콜릿 가게에서 본 이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거래처 직원의 아이 이름 맞추기 등 아기자기한 사건도 많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책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 숨겨진 미스터리다.

 

《아웃(황금가지)》 기리노 나쓰오

잔인할 만큼 등장인물의 심리를 냉정하게 파헤치는 기리노 나쓰오의 걸작. 친하게 지내는 이웃의 주부들이 우연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하나하나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알려지지 않은 진짜 재미, 유럽 소설

 

 

최근 유럽 소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나 영미 소설에 식상한 독자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덤의 침묵(영림카디널)》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아이슬란드 범죄 소설의 대표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장편소설. 이 책과 시리즈인 《저주받은 피》, 《목소리》도 함께 읽으면 좋다. 확장일로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외곽에서 땅속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건조하고 서늘한 분위기에 올 여름 더위를 잊을 것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마음산책)》 페터 회

책 한 권을 읽도록 내내 눈이 휘날리는 덴마크의 추리소설. 얼음과 눈, 숫자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주인공이 어린 소년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묘사했다. 찌는 듯한 더위를 시원한 덴마크의 눈으로 식혀보자. 다만 이 책은 진행이 조금 느린 편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밀레니엄 시리즈(뿔)》 스티그 라르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의 3부로 이루어진 스웨덴 추리소설. 괴짜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 미카엘 커플의 모험을 통해 현대 사회의 도덕적 타락과 정의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 넬레 노이하우스

독일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우리나라에 드디어 소개되었다.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뛰어난 직감과 감성을 지닌 여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하는 시리즈다. 현재 《바람을 뿌리는 자》, 《사랑받지 못한 여자》도 출간되었다. 11년 전 살해된 아름다운 소녀와 그 소녀를 죽인 혐의로 수감되었다 출소한 청년을 둘러싼 이야기.

 

 

 

지속되는 저력과 힘, 영미 소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판계를 휩쓸던 영미 소설이 현재는 일본 소설에 밀려 주춤한 상황이다. 저력을 가진 영미 소설을 꼽아본다.

 

 

《가라, 아이야, 가라(황금가지)》 데니스 루헤인

영화로도 만들어진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의 저자가 쓴 추리소설로 켄지와 제나로라는 탐정 커플이 등장하는 시리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비를 바라는 기도》, 《전쟁 전 한 잔》, 《신성한 관계》,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등 전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다. 아동학대, 유괴, 인종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다루지만 켄지와 제나로 커플의 애정사와 친구인 부바의 단순 무식한 모습이 잔 재미를 준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황금가지)》 스티븐 킹

지금도 툭하면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 소설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국내에도 출간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의 경우 영화를 떠올리며 읽으면 좋다.

이 외에도 많은 추리소설이 있지만 간략하게 꼽아보았다. 끌리는 책이 있다면 올 여름 더위를 날려준 시원한 죽부인으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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