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고 싶은 말을 억제하는가? 아니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절망하는가? 당신이 아무리 활발하게 재잘거려도, 당신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이따금씩 대화에 수직하강기류가 찾아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화에 그 하강기류가 꼭 필요한 것인지,  치명적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말은 오해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침묵은 서로가 용납하는 선에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침묵은 자제심을 필요로 하며 곰곰이 되새겨 볼 기회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긍정이든 부정이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으로 말하라

 

 

우리는 무언의 뜻을 해석하기 위한 각자의 개인 사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아무 의도 없이 잠시 말을 멈춘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그것을 의미 있게 해석한다면 침묵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침묵 때문에 감정이 상하거나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침묵은 체스 판의 여왕처럼 다용도의 소통 도구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을 잘 들어보자. 모든 무의미한 말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모든 무의미한 침묵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침묵을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침묵은 대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지구는 대부분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까 지구를 바다라고 부르는 게 옳다는 식의 수학적 화법으로 따지자면, 대화는 침묵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말하도록 잠시 말을 끊는 동안과 주의를 끌기 위한 침묵을 제외해도 평균 대화의 40~50%를 침묵이 차지하니까 말이다.

 

 

침묵은 유혹적이다

 

1970년대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기 시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질문한 뒤 대답하는 시간을 몇 초 더 주면 학생들의 대답 수준과 참여도가 엄청나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학년말 시험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심리요법 평가에서도 최소한의 말로 진행하는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말을 멈추는 시간이 길게 지속될수록 상상의 나래를 훨훨 펼치기 때문이다. 급소를 찌르는 농담을 하기 전에 잠시 말을 멈추면 생각이 깊어진다.
음악의 생리학적 효능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음악을 듣는 사람이 최고의 감동에 도달하는 순간은 박자가 느리게 진행되는 구간이 아니라 선율 속에서 침묵이 흐르는 지점, 즉 긴장이 풀릴 때라고 한다. 이는 침묵이 잠재의식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히틀러
의 열변이 왜 그렇게 대중을 흥분시켰는지도 알 수 있다. 넋을 잃은 대중이 그가 말을 멈춘 사이에 그의 이야기가 옳기 때문에 환희를 느낀 것이라고 쉽게 착각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