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외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 중에서 제목과 표지는 책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때로는 첫인상이 딱 맞아 떨어질 때가 있지만, 반대로 알게 되면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책은 제목이 책 전체를 함축하고 있지만, 반대로 책 내용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책제목은 그 한 줄로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서 너무 어려우면 거부감이 들기도, 또 너무 쉬우면 뻔해 보여서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번역서의 경우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바꿨다가 대박이 나기도, 혹은 쪽박을 차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목만보고 판단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책들에는 뭐가 있을까. 제목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을 빗나가는 책들을 소개해본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ㅣ 우타노 쇼고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건 왠지 로맨틱한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틀렸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역시 사람이나 책이나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건 뭘까? 그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자살을 시도하던 여자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 질긴 인연, 그 시작과 끝이 궁금하다면 펼쳐보라. 이 화사한 책은 당신을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까.
사요나라, 갱들이여 ㅣ다카하시 겐이치로
제목을 본 순간 무엇을 연상했는가? 갱, 그러니까 야쿠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스토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은 금물! 이 책의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로 우리나라에서도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 책은 혁명과 사랑, 그리고 문학에 대한 고뇌와 성찰을 담고 있다. 더구나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전뿐만 아니라 현대의 팝,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다.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ㅣ 온다 리쿠
이 책은 그야말로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책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봐도 내용과 제목 사이에는 전혀, 털끝만큼의 관련도 없다. 제목에 적힌 ‘로미오’와 ‘영원히’에서 풍겨지는 이미지는 뭔가 로맨틱한 느낌이지만, 이 책은 온다 리쿠의 SF소설이다. 과도한 문명의 발달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에 일본인만 남고, 인류는 새로운 지구로 이전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온다 리쿠가 제목을 미리 지어놓고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막상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정작 등장해야 할 로미오는 사라진 것. 제목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산으로 가버렸다고 할까.
뭔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을 것만 같은 제목이다. 철학적이거나 자전적이거나… 그러나 이 책은 당신의 예상을 뒤엎는 SF소설집이다. 이 책은 ‘스위스 시계처럼 정밀하며, 도무지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심오한 걸작들의 향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 출판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러 가지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첫 번째 이야기만 읽어도 책 속으로 빨려 들게 된다.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대단히 박식하고 지적인 SF소설. 궁금하면 펼쳐보시라! 진정한 장르문학이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