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베스트셀러 30년>을 출간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스트셀러 30년>은 지난 30년 동안 어떤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풀어 쓴 책이다. 이 책은 어느 새 역사가 되어가는 연도별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의 대한민국 사회를 재구성해보면서 밀리언셀러가 된 책들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둘.
지난 해 대한민국 사회의 화두였던 ‘공정한 사회’와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밀리언셀러가 됐다. 지난 해 5월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11개월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지난 4월 18일 출판사 출고 부수 기준으로 국내에서 100만 부를 돌파하며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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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웃기고 울린 밀리언셀러들
왼쪽부터 <반갑다 논리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누가 내치즈를 옮겼을까>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판매수부 100만권을 넘긴 밀리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학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밀리언셀러에 등극을 했고, <베스트셀러 30년>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 받았던 밀리언셀러가 소개됐기 때문이다. 물론 판매량이 책에 대한 절대적 잣대나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100만이 넘는 많은 이들이 선택한 책이라면 분명 뚜렷한 장점이 있는 ‘좋은 책’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책들이 밀리언셀러가 됐으며, 어떤 기록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의미’이자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오랫동안 침체되어 온 출판시장에 불어온 훈풍이자, 흥미로운 관심거리인 밀리언셀러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인간시장 : 국내 출판시장 최초의 밀리언셀러

20110511092932769.jpg국내 출판시장 최초 공식적인 밀리언셀러는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이다. <인간시장> ‘현대판 홍길동’ 장종찬이 온갖 사회악에 온몸으로 맞서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인간시장>은 1980년 주간지 ‘주간한국’에서 <스물두 살의 자서전>이란 제목으로 연재되다 이듬해 <인간시장>이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2년 후인 1983년 국내 출판시장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모두 560만 부나 팔렸다. <인간시장>이 세상에 나온 1980년 초반, 당시 5공화국은 자신들을 향한 시민들의 불만을 이른바 3S(스포츠, 섹스, 스크린)정책으로 억눌렀고 시민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던 와중 사회 악을 물리치는 영웅을 그린 <인간시장>은 시민들의 이러한 위기감을 해소시켜주는, 일종의 대리만족 소설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각 서점마다 ‘<인간시장> 입하’라는 글귀를 써 붙일 정도였다. 사회 분위기와 책의 내용, 집필의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국내 출판시장에 밀리언셀러라는 새 역사가 열린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 : 최단기간 밀리언셀러가 되다

20110511081320494.jpg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국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국내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작품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라는 점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11월 출간돼 ‘엄마 열풍’을 일으켰다. 열풍은 각종 연극 등 다른 문화컨텐츠까지 이어졌고 출간 9개월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며 순문학 단행본으로는 최단기간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익히 알다시피 <엄마를 부탁해>는 무한한 사랑을 베풀던 엄마가 실종되며 가족이 찾아나서는 과정의 이야기다. 아들과 딸, 남편과 엄마 자신까지 네 사람의 기억이 차례로 진행되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오롯이 표현된다. 사라짐을 통해 존재감이 드러나는 엄마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위기감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출간돼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다. 내용과 시기 모두 독자의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 최단기간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정의란 무엇인가 : 2000년대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20110511081340180.jpg<정의란 무엇인가>는 2000년대 최초 인문서 밀러언셀러가 됐다. 인문서 단행본으로서는 15년 만이다. 그 동안 독자들에게 홀대 받던 인문서가, 그것도 번역서로서 11개월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느 밀리언셀러와는 차별적인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출판 시장에서 100만 부를 찍어내는 책은 주로 소설과 에세이, 자기 계발이나 경제∙경영서에 한정됐다. 1981년 이후 인문서 단행본으로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책은 1992년 <반갑다 논리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등이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영미권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10만부 이하였으나, 유독 한국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다. 열풍은 2010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화두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정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책을 통해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흐름이 생겨났고, 언론매체 역시 이와 같은 흐름에 한 몫을 했다. 여기에 ‘하버드 강의’라는 신뢰감이 더해지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서라는 불리함을 이겨내고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리언셀러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홀로서기 : 시집 최초의 밀리언셀러

20110511081354743.jpg등단 절차를 밟기는 했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시집 최초로 100만 부를 넘었다. 1987년 3월에 책이 출간되었고 약 1년 만에 100만 부를 돌파했으면 이후 4편까지 출간되면서 모두 300만 부 가량 판매됐다.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초판이 2000부가 발행됐다. 출판사는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 판단, 500부를 시인에게 보냈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계속 시를 낭송해주는 바람에 저절로 광고가 됐고, 일간신문에서도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시켜주는 바람에 판매부수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에 출판사는 그 책들을 급하게 돌려받아 대형서점에 공급하는 일이 벌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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